Procol Harum – A Whiter Shade Of Pale

 

 

 

어두운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일종의 은밀한 제의(祭儀)를 의미한다.
푹신한 쇼파에 몸을 파 묻고 한눈에 들어오는 TV화면을 통해서 영화를 보는 것과는 달리,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좁고 불편한 의자에 엉덩이는 배기고 다리는 저려도, 앞좌석에 앉은 무례한 커플의 속삭임이 신경을 거슬려도, 깍두기 머리를 한 큰바위 얼굴 때문에 화면의 1/3을 놓치게 되더라도, 극장으로 우리를 이끄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빛이 쏟아지는 스크린을 응시하며 함께 웃고 함께 웃는 경험은 찰나적이며 그 순간을 함께한 사람들에게만 공유되는 경험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영화를 보기 위해, 표를 끊고, 상영시간까지 시간을 보내던 그때의 하늘과 거리, 함께 나란히 앉은 그녀 혹은 그를 기억하게 하며,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여운 혹은 후회 (아까운 내 돈)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불어서, 영화속 삽입된 영화음악은 우리를 특별한 순간으로 안내한다. 영화음악은 듣는 음악이며 동시에 보는 음악이기도 하다. 슬픈 연인의 프로포즈와, 단조롭고 외로운 일상, 그리고 가족의 근사한 저녁 테이블 위에 흐르는 영화음악은 우리를 울리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장면을 나만의 특별한 순간으로 만든다.

 

 

 
이번에 소개할 음악 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는 ‘뉴욕스토리’, ‘브레이킹 더 웨이브’ ‘하늘과 땅’, ‘더 네트’ 그리고 유리의 성에 삽입되었다. Johann Sebastian Bach의 칸타타를 인용한 이 곡은 팝역사상 가장 난해한 가사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 1967년 빌보트 차트 5위에 랭크되는 대히트로 당시 무명의 영국밴드였던 Procol Harum을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특히 초현실주의적인 가사와 전주부분의 웅장한 사운드 그리고 음침한 듯 엄습해오는 오르간연주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당시 이 앨범은 600만장 이상이 팔렸고 지금까지 300명이 넘는 가수 (Box Tops, HSAS, Joe Cocker, Uriah Heap, Michael Bolton, Moody Blues, Sarah Brightman) 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다. 또한 1977년 퀸의 그 유명한 명곡 ‘Bohemian Rhapsody’와 함께 52년부터 77년까지 발표된 영국 싱글 가운데 최우수 싱글에 주어지는 브리태니어 상(Britannia Award)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은 먼저 뉴욕에서 예술가의 오만한 창작열과 재능을 상징한다. 뉴욕을 사랑하는 세명의 감독, 마틴 스콜세지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그리고 우디 알렌 – 이들이 모여 만든 영화가 1989년에 개봉한 영화 ‘뉴욕 스토리’. 미국 동부의 영화 거점인 뉴욕을 배경으로 세 명의 감독이 만든 짤막한 에피소드를 모아 뉴욕의 다양한 모습을 펼쳐내는 이 영화에서 최고의 에피소드로 꼽히는 ‘Life Lessons’가 바로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한 작품이다. 바로 그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닉 놀테는 뉴욕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화가로 줄연하며,, 그가 작업할 때면 늘 BGM으로 흘러나오던 음악이 바로 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 이다. 오만하고 자유분방한 천부적인 재능의 화가 닉 놀테는 이 곡을 통해 영감을 얻고, 커다란 캔버스 위에 물감을 뿌려대며 작품을 완성해 간다. 뉴욕스토리에서 이 음악은 예술가의 재능, 예술가들로 부대끼는 멋진 도시, 뉴욕의 풍경을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바다건너 덴마크의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에게 이 음악은 한 여인의 사랑의 진정성을 상징하는 테마곡이 된다. 즉 1996년 깐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에밀리 왓슨 주연의 영화 ‘브레이킹 더 웨이브 Breaking the Wave’가 그것이다. 청교적인 엄격함이 살아 있는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의 아주 착한 여자 베스와 외부 세계의 노동자 얀이 만나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또 안타까워 눈물짓는 과정을 담은 작품인 이 영화에서 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은 주인공 베스가 그의 남편인 얀에게 닥친 시련을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하며, 스스로에게 더 큰 사랑과 희생을 요구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그 ‘창백하도록 새하얗게 질린’ 가사처럼 베스는 끊임없이 시련을 겪지만 그녀의 사랑은 끝내 기적을 만들어 낸다.

 

 

 
올리버 스톤감독에게 이 음악은 서로 낮선 이방인들이 서로를 끌리게 만드는 계기로써 사용된다. 그의 영화 ‘하늘과 땅 Heaven & Earth’에선 리리와 스티브가 처음 만나 얘기를 나누던 풍경 속에 흘러나온다. 서로 자기만의 지옥을 겪은 두 사람은 이 음악으로 사랑을 시작한다. 두 연인 사이에서 이 음악은 또 한번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1997년 홍콩반환을 배경으로 하여 여명과 서기가 주연한 영화 ‘유리의 성’이다. 파티 때 여명과 서기가 부르스를 출 때 흘러나오던 곡으로 A whiter shade of pale은 두 연인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또한 산드라 블록의 스릴러 ‘더 네트’에서는 애니 레녹스의 목소리로 삽입되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피자 배달을 시키며 모니터의 화면보호기를 켜던 장면과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흘러나온다.

 

 

 
As the miller told his tale
밀러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자
That her face at first just ghostly
그녀의 얼굴이 처음엔 유령처럼 하얗게 질리더니
Turned a whiter shade of pale
점점 더 창백하게 변해갔어요
She said there is no reason
그녀는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말했지만
And the truth is plain to see
진실은 명백하게 보였죠

 

 

 

Procol Harum – A Whiter Shade Of Pale 중에서

 

 

 

We skipped the light fandango
Turned cartwheels cross the floor
I was feeling kind of seasick
The crowd called out for more
The room was humming harder
As the ceiling flew away
When we called outfor another drink
But the waiter brought a tray

And so it was later
As the miller told his tale
That her face at first just ghostly
Turned a whiter shade of pale

You said there is no reason
And the truth is plain to see
But I wander through my playing cards
And would not let it be
I’m one of the sixteen virgins
Who are leaving for the coast
And although my eyes were open
They might just as well been closed

And so it was later
As the miller told his tale
That her face at first just ghostly
Turned a whiter shade of pale

A whiter shade of pale
Turned a whiter shade of pale
A whiter shade of pale


Procol Harum, A Whiter Shade Of Pale

 

 

2 Comments

  1. 이 노래 무지 좋아했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영화에 나왔었다니, 몰랐었네요.^^
    음악도 올려주시면 고맙겠사와요~~^^

  2. 오랜만에 듣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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