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쇼로 (Brasileirinho, 2005)



영화 ‘쇼로’는 감동 그 자체였다.
이 영화는 브라질의 도시 음악 쇼로(Choro,쇼루)에 대한 역사를 다루면서, 쇼로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삐겡니야의 탄생일에 일류급 쇼로 연주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뤄진 기념비적인 공연과 쇼로 연주자들의 인터뷰 장면을 편집해 만든 음악 다큐멘터리이다.

빔벤더스 감독의 쿠바 음악 다큐멘터리 ‘부에나비스타클럽’에 비견될 정도로, 아니 그보다 더 강한 임팩트를 주는 ‘쇼로’는 브라질의 음악을 다큐로 많이 찍어온 ‘미카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신작 영화로 2005년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그의 영화가 두 번이나 초청되었고, 이번이 세 번째이다.

쇼로는 1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브라질 고유의 음악으로, 유럽 살롱 음악과 브라질 민속음악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음악인데, 삼바와 보사노바의 모태가 되는 음악 장르라고 한다. 20년대까지 유행하다가 쇠퇴했고, 최근에 다시 각광받기 시작하고 있는 음악이다.

근데, 묘하게도 상당히 재즈에 근접한 음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연주를 들어봐도, 스윙이나, 쿨재즈 같은 느낌이랄까…
고난이도의 테크닉과 집중력을 요하는 음악이라고 하는데, 브라질의 민속 악기들, 즉 ‘만돌린’과 탬버린 같은 ‘판데리오’, 클라리넷과 트롬본, 클래식 기타, 베이스, 퍼커션의 빅밴드 스타일에서 독주까지, 다양한 즉흥연주와 음악적 변주가 가능한 장르이다.

쿠바 음악보다 난 이 ‘쇼로’라는 장르의 브라질 음악이 훨씬 더 좋았다. 재즈 스타일의 대위법에 의한 즉흥변주도 좋고, 솔로의 영역이 더 풍부하고 감성적이어서, 영화 보는 도중에도 한 곡의 연주가 끝날 때마다 혼자 몇 번이나 박수를 쳤었다.

매달 한 번 ‘쇼로 음악학교’에서 전문적으로 ‘쇼로’를 배우는 400 여명의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오면서 신나게 연주하는 장면, 학교의 정원에서 다같이 모여서 합주하는 장면, 젖소들의 울음소리에 맞춰 트롬본 연습을 하던 아이의 모습, 실제 공연에서 ‘야만두’라는 열정적인 기타리스트의 연주에 맞춰 관객들이 다함께 쇼로 중의 한 곡을 부르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음악이라는 것이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고,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자국의 전통적인 음악에는 사람들의 삶과 감정과 문화를 움직이는 힘이 있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요한 모티브가 들어 있다.

영화는 공중전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판데리오’의 리듬과 ‘아프로브라질’의 팝적인 리듬감이 어우러지는 일치감의 순간과 바닷가에서 쇼로에 맞춰 춤을 추는 어린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을 통해 삶이 지속되는 한 그들의 생활에 녹아있는 음악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세대를 이어서, 고유의 정서를 물려 받으며, 문화의 힘을 만들어 내고, 동시대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인류에 신선한 음악적 충격과 감동을 던져 주게 되는 음악의 역동적인 힘… 보사노바가 그랬고, 쿠바 음악이 그랬던 것과 같은 음악의 힘…

1시간 30분 동안 새로운 해석의 재즈 공연을 보고 나온 느낌이었다.
영화 보는 것이 이토록 행복하기는 아주 오랜만의 일이었다.

*사진은 쇼로의 대표적인 연주팀, ‘마데이라 브라질 트리오’의 실제 연주 장면이다. 반백의 만돌린 주자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리다가 한 쪽 청력을 상실해서 만돌린으로 전향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2 Comments

  1. 이제, 대세는 choro !

  2. ‘서울 유럽영화제’에서 ‘쇼로’ 상영한대요.^^
    PIFF에서 놓친 유럽영화들도 몇 편 보이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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