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긴꼬리(The Long Tail)를 잡아라!

[from UmediaClub]

소제목 : 긴꼬리와 다양성의 혁명이 만났을 때
by 아거 @http://gatorlog.com/blog/


이태리 경제학자 Vilfredo Pareto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은 80-20 법칙이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이탈리아 80%의 자산이 20%의 인구에 의해 소유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이를 경영학에 최초로 적용한 사람은 Joseph M. Juran이었다고 한다. Juran박사는 이른바 중요한 소수, 대수롭지 않은 다수(vital few and trivial many)라는 이론을 통해 소수의 20%가 80%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때문에 이른바 질적 경영이 필요함을 주창했다. 물론 이는 20%가 긍정적인 80%를 만들어낸다는 쪽으로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20%의 불량품이 80%의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부정적인 측면의 80-20에 적용시켜볼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긴꼬리(the long tail)라는 개념을 가지고 파레토 법칙이 가정하는 상황에 반대되는 시장을 설명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와이어드(Wired)지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다. 파레토 법칙에 의존하는 마케팅이 귀족 마케팅이라면 지금 현재 크리스 앤더슨이 주창하는 이른바 긴꼬리 마케팅(The Long Tail Marketing)은 파레토 법칙의 근본 가정을 역으로 생각하는 발상이다. 다시 말해 80%의 수익을 창출하는 20%의 베스트셀러에 의존하는 마케팅으로는 디지털과 인터넷, 그리고 블로그가 가져온 변화하는 시대의 시장과 수용자를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20%의 베스트셀러는 시장에서 여전히 큰 의미가 있지만, 파레토 마케팅은 독특한 분야의 수요를 창출하는 기나긴 행렬, 혹은 기나긴 꼬리들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파레토 법칙하의 시장에서는 성공한 20%의 음반만이 음반매장이나 유통업체 진열대의 맨 위를 장식할 뿐 나머지는 창고에 박혀 햇빛을 보지 못했다. 책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꼽힌 20%의 책이 전체 출판업계의 등불이었다. 하지만 Chris Anderson은 인터넷 시대에 성공한 기업들은 모두 파레토 법칙에서 “사소한 다수 (trivial many)”로 간주되던 80%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긴꼬리 마케팅 전략”의 핵심을 가장 간결하고 정확하게 설명한다면 바로 “작은 판매량을 가진 다량의 물건들이 모여 제법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산호세 머큐리 신문에서 인용).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아마존의 주수익원은 20%의 베스트셀러보다 예전에 동네 서점에서는 구하기 힘들었던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이 구입했던 80%의 책들에서 나온다. 애플의 아이튠스(iTunes) 디지털 음악 사업인 아이튠스뮤직스토어(iTMS) 역시 빌보드챠트순위에 반영된 힛트 앨범 20%가 아닌, 80%의 스테디셀러 앨범, 흘러간 앨범, 혹은 희귀 앨범들에서 나오는 수익을 무시할 수 없다. 시장 진입 초기에 시장분석가 대다수가 실패를 예측했던 회원제 인터넷 DVD 대여업체 넷플릭스(Netflix)가 성공한 것도 블락버스터(blockbuster)나 헐리웃비디오(holllywood video) 같은 대형 비디오 대여 체인망에서는 구하기 힘든 비디오나 DVD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 뿐이 아니다. 구글측이 투자자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홍보 웹캐스트의 10번째 슬라이드에서 구글 마케팅팀은 구글의 수익구조는 이른바 긴꼬리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기존 광고 시장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중소업체들, 인터넷 신흥 벤처들, 심지어는 개인들이 구글 검색광고의 주고객이며, 바로 이들이 구글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는 긴꼬리 개미군단을 형성하는 셈이다.



수용자 측면에서 생각할 때 긴꼬리 개념은 버지니아 포스트렐(Virginia Postrel)이 주장하는 다양성의 혁명(variety revolution)과 일맥 상통한다. 버지니아 포스트렐과 크리스 앤더슨의 생각은 산업사회에서의 지배적인 “대중(mass) 패러다임”과 작별을 고하자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마케팅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 두 생각은 대중 매체, 대중 생산, 대중 소비, 대중 마켓 등의 개념에서 벗어나서 관심이나 취미, 성향등에서 모두 세분화된 소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케팅 이론의 니치 마케팅(niche marketing)과도 연결될 수 있다. 니치마케팅은 소비자를 세분화해서 차별화된 마케팅을 구사하려는 포지셔닝 이론에 바탕을 둔 마케팅 개념이다. 다만 “긴꼬리”와“다양성의 혁명” 패러다임에서 수용자는 마케팅 전략가들이 포지셔닝을 통해 다가서려는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다. 인터넷 시대의 수용자(혹은 소비자)들은 과거 대중매체시대에는 발견할 수 없었던 혹은 발견했더라도 표출하기 어려웠던 자신들의 자아가 속할 커뮤니티와 시장을 훨씬 쉽게 찾아냄으로써, 자신의 자아에 맞는 특화된 영역들에 몰두하는 전문화된 수용자 그룹으로 볼 수 있다.


긴꼬리와 다양성의 혁명은 정상분포곡선에서 의미있는 다수, 지배적인 다수를 위한 사고를 버리라는 혁명적인 발상이다. 그동안 자본주의 경제에서 의미있었던 것은 정상분포곡선(이른바 벨 커브; a bell-shaped curve)에서 중앙(평균: mean)과 그 중앙에서 양 옆으로 한 두발자국만 떨어져 있는 (표준 편차 +- 1 혹은 +- 2) 이른바 의미있는 다수, 혹은 지배적인 다수였다. 조사와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이 의미있는 구간에서 일탈된 양극단의 꼬리를 과감하게 쳐내버림으로써 대중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체계를 계속 생산해 왔다.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맞춰 살아야 했다. 이 의미있는 구간에서 벗어나면 일탈자, 반항아, 독불장군으로 낙인찍히고, 이런 모난 돌은 언제나 정을 맞는다는 압박감에 눌려 살아야했다.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습성은 우리나라 사람만 있는게 아니다. 대중매체에 의해 정보가 매개되는 대중사회에서는 누구도 대열을 벗어나기를 두려워한다. 버지니아 포스트렐도 비슷한 진단을 하고 있다.


인터넷은 과거에는 정상분포곡선의 끝자리에 해당하던 구간밖(outlier)에 있던 특이한 사람들이 서로를 찾는 것을 용이하게 해 줌으로써, 그들이 그들의 재능과 자원들, 그리고 의견들을 공적 의식속에 자리잡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과거에는 이들이 사회를 향해 내놓는 반응들 대부분이 일종의 (집단) 히스테리로 간주되었다. 미디어의 게이트키퍼들은 과거 세개의 공중파 채널과 거의 독점에 가까웠던 신문사들에 의해 정의되어졌던 “공동의 문화”를 향유했던 좋았던 과거를 그리워한다. 이 공동의 문화를 가졌던 시대에는 이처럼 사회의 아웃라이어들은 볼 수도 없었다. 이들에게 인터넷은 공포스러운 혐오 그룹들의 공간이고, 이상한 종교를 신봉하는 이단들의 공간이고, 기괴한 섹스를 하는 무리들의 공간이다. [Alone but Not Lonely ]



그리고 버지니아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넷에서 “벨 커브”는 당연히 그 꼬리를 요구한다. 드문 것은 빈번한 것과 동일하게 접근가능하다. 인터넷의 아주 작은 분열들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속에 있는 우리 자신들을 발견할 수 있고,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버지니아 포스트렐은 “다양성의 혁명은 경제에 관한 이야기지만, 다원성과 개인적 차이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우리에게 더 광범위한 암시를 준다”고 자평하고 있다. “뉴스의 바이어스는 소비자(뉴스 독자)의 충성도를 증가시킨다…그리고 (사실 아무런 관점이나 편파적 정보 해석이 없는) 무가공 데이터에서보다 어떤 식으로든 편향된 정보에서 독자들은 더 많이 배운다”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것도 모두 이런 다양성이라는 생각의 일단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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