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캐리 – 슬랩스틱에서 스릴러까지 끊임없는 진화의 연기자




2000년 <미 마이셀프 앤 아이린>의 개봉직후 프랑스의 영화 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는 짐 캐리에 대하여, “그의 스타일은 아무 스타일도 가지지 않는 것이며, 그는 모든 스타일을 흉내내면서 갖가지 양상의 익살극을 만들었다”라고 표현했다. 7년이 흐른 지금 넘버 23의 개봉 이후 그를 설명하는 그 문장은 이렇게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 스타일도 가지지 않은 그는 모든 스타일을 체현하면서, 그 스스로의 한계를 넓혀나가는 중이다- 익살극을 포함해서”



에이스 벤츄라와 덤앤더머를 통해서 구역질 나는 화장실 유머와 슬랩스틱 코미디의 악취미를 온 몸으로 (말 그대로!) 보여주었던 코미디 배우에서 트루먼쇼의 성공과 <이터널 선샤인>, <넘버 23>의 정극 연기자로 그는 계속적으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저그런 스탠딩 코미디언이었던 짐 캐리는 무정형의 언굴로 여러 가지 것들을 자유자재로 흉내내는 항문기적인 연기를 통해 제스처와 표정만이 존재하는 코미디를 창출해냄으로써 위대한 코미디 배우들의 계보에 스스로를 안착시킴과 동시에, 스펙터클만이 현존하는 이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의 끊임없이 자학과 신체훼손 거침없는 기괴한 코미디는 공포와 웃음을 동시에 유발하면서 스스로 독창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짐 캐리의 코미디 연기를 특징짓는 것은 마임 그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변화무쌍한 얼굴표정이다. 그것은 어떤 표정이 나타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변화의 미세한 동요가 일어나는 순간이며, 벤 스틸러의 <케이블 가이>는 일종의 이러한 풍자를 선언한 영화나 다름없다.



다시한번 강조할 필요 없이 짐 캐리는 코믹성이 대단히 뛰어난 배우이다. 그의 훌륭한 선배들처럼 그는 자신의 코믹극을 통해 원초적 충동을 반영함으로써, 위대한 선배 코미디 배우들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즉, 전형적인 면과 그 이면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인물들을 재현하며, 짐 캐리라는 인물의 이면은 항문기의 퇴행이다. 그는 배설에 관한 모든 제스처를 만들어내었고 이러한 제스처는 더 이상 암묵적 발화 내용을 폭로하지는 않지만 갖가지 음담패설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것은 한 번도 보여지지 않았던, 혹은 익살 속에 오랫동안 억압되었던 이미지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그의 초기 대표작인 <덤 앤더 머>,<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에서 패럴리 형제들과 작업을 하면서, 그들의 화장실 코미디와 음탕한 영역에서 잘 드러난다.



1998년 개봉한 <트루먼쇼>는 호주출신의 감독인 피터 위어와 짐 캐리에게 있어 하나의 도전이었다. 피터 위어가 짐 캐리를 고려한 것은 처음에는 이 낯선 스토리의 영화에 제작사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미끼에 다름 없었다. 이것은 동시에 짐 캐리에게 헐리우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안면 근육 서커스’만으로는 무리이며, 결국에는 오스카가 필요하다는 각오이기도 했다(피터 위어는 89년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로빈 윌리암스의 브랜드를 바꾸어낸 바로 그 감독이기도 하다). 98년 여름 시즌 가장 아슬아슬한 도박은 큰 성공으로 짐 캐리에게 관객과 비평으로부터의 환대를 선물했다..



<트루먼쇼>에서 우스꽝스런 현대 미디어의 시선 앞에서 광대가 되는 짐 캐리는 더 이상 얼굴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묘기 따위는 보여주지 않는다. 과잉된 코믹 제스추어도 이제 그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관음증의 대상이 되어 통째로의 삶을 빼앗겨버린 인물을 연기하는 그는 고무얼굴 대신에 파랗고 깊은 그의 두 눈과 절제된 연기를 통해, 과장되고 극단적인 상황을 벗어나 일상의 연기 또한 가능한 배우임을 증명해 보인다.



<트루먼쇼>의 성공은 그에게 헐리우드에서 작품 선택의 자유를 허락했다. 실제로 그는 그 뒤로 부쩍 자유로운 행보를 보였고, 원하는 작품이면 무엇이든 커미디와 드라마, 블록버스터와 인디영화를 넘나들며, 목돈이든 푼돈이든 가리지 않았다. <맨온더문><머제스틱> 은 재난에 가까운 실패를 떠안았고, 반대로 코미디 컨벤션의 외에는 장점을 찾기 어려웠던 <그린치>,<브루스 올마이티><뻔뻔한 딕 & 제인>은 관객의 환대를 받았지만 그는 그것을 코미디로 ‘귀환’해야 할 신호라고 받아들이진 않았다. “나에겐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흥행의 성패는 작품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린 문제였지, 코미디 이외의 내 연기에 대한 관객의 편견에 좌우된 건 아니었다.”



감수성 풍부한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은 짐 캐리 연기의 하나의 분절점이다. 그에게 성공의 계기를 주었던 마임연기에 의지하지 않고, 그는 나즈막하고 절제된 목소리와 눈빛으로 연기를 할 수 있음을 증명해 낸다. 미셸 공드리의 이 명민한 로맨스에서 그는 그렁그렁한 눈에 웃는 듯 우는 듯 “OK”라는 짤막한 대사 하나만으로도 속 깊은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배우’로서의 영리함을 보여준다. 그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인물속으로 깊숙히 침잠해 들어가 그는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을 연기’하는 경지를 보여준다.(짐 캐리는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코미디와 정극에 다른 가치를 매기거나, 코믹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강박이나 야심에 몸이 단 건 아니다. 무엇이든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건 좋은 일이다. 코미디에 급을 매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방귀 유머에 웃는다고, 당신이 바보가 되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라는 짐 캐리의 말처럼, 그는 그 자신의 좌충우돌 스랩스틱과 안면근육 연기만큼이나 예측할 수 없는 작품들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워 나간다.



최근 개봉한 <넘버 23>에서 그는 <미 마이셀프 앤 아이린>에서의 정신분열적인 연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편집증적인 하나의 인물 속 두개의 자아를 연기한다. 변종 스릴러이자 코미디인 <케이블가이>를 제외하면 최초의 스릴러 연기라 할 <넘버 23>에서 그는 그의 마른 몸과 깊은 눈, 주름을 통해 신경질적이면서 소심하고, 선한 의지를 가진 캐릭터를 소화해낸다. 신체의 변형을 통한 마임연기의 틀 – 관객에 대한 그 자신의 가장 강력한 소구력을 벗어나 장르 영화에서의 연기를 선보이는데, 그의 변신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습관처럼 연기한다’는 연기론의 고전적 명제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짐 캐리는 이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188cm의 호리호리한 몸매에 깊은 눈과 소심한 성격을 지닌 이 사내는, 재능있는 슬랩스틱 코미디 배우로 우리곁에 다가와, 헐리우드에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영리하게 지켜나가며 생존해 나가는 감독들을 통해, 자신을 아는 것으로부터 연기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어느덧 불혹의 중반을 넘어선 짐 캐리 – 여지껏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슬랩스틱, 화장실 유머 전문 코미디 배우라는 규정은 이제 더 이상 그를 표현하는 온전한 수식어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넘버 23>의 차기작으로 짐 캐리는 <믿거나 말거나!>에서 팀 버튼과 함께할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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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부터 시작한 부업으로 쓴 글.


한달에 4~5편의 영화를 보고 리뷰를 써야 한다.


마침표로 끝맺는온전한 문장을 오랫만에 쓰는지라 왠지 어색.



별로 관심도 없는 짐캐리에 대해서 쓰려니 쩝. 중언부언 부끄러운 글이다.



3 Comments

  1. 재미있어요.^^
    <트루먼쇼>와 <이터널 선샤인>의 그가 가장 좋아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 중 한 사람이에요.^^

  2. 로빈 윌리엄스가 최근에 다작질만 안했어도……

  3. 글로 보자면,, 짐캐리에 대해 무한한 관심을 지닌 사람처럼 느껴지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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