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분수대] 인기 검색어
[중앙일보 2006-09-22 20:32]
[중앙일보 양성희] 뉴욕시 대로에서 한 남자가 1분간 하늘을 쳐다봤다. 행인 대부분이 그냥 지나쳤고 4% 정도가 따라서 하늘을 쳐다봤다. 서 있는 사람의 수를 늘리자, 따라 쳐다보는 사람의 수도 늘었다. 5명이 하늘을 쳐다보면 행인의 8%, 15명이 쳐다보면 40%가 행동을 따라 했다.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현상’에 대한 유명한 심리학 실험이다. 사람들은 다수의 행동인 ‘사회적 증거’를 따라 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 남을 좇아 한다는 것이다.

TV 코미디에 삽입되는 ‘가짜웃음’, 베스트셀러임을 강조하는 상품광고가 이에 속한다. 코미디 프로의 가짜웃음은 바보스럽고 어색하지만, 시청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더 자주 오래 웃으며 그 프로를 더 재미있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모금하면서 성금 낸 명사의 명단을 보도한다든지, 교회에서 헌금 바구니를 돌리는 것도 이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증거들이 언제나 진실은 아니다. 오히려 진실에 반할 때가 많다. 현대 미디어나 광고에서 인기나 유행의 이름으로 숱하게 행해지는 여론조작의 심리적 기제(機制)가 바로 사회적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시대의 맹주’ 포털에서도 사회적 증거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의제 설정이나 여론몰이에 크게 기여하는 인기 검색어가 그 중 하나다. 인기 검색어는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배치되며 즉각 여론을 반영하는 듯 실시간 순위를 바꾼다. 부정확하고 편향된 정보이거나 말초적 이슈들도 많지만 인기 검색어라는 이름 아래 묶이는 즉시 강력한 사회적 증거 효과를 낸다.

이런 식이다. 낯선 이름이나 단어가 인기 검색어에 올라 있다. 사람들은 이게 왜 인기 검색어인지 궁금해 하면서 클릭한다. 비록 내 관심은 아니지만 타인들의, 혹은 사회적인 관심사라는 전제다. 다시 검색 순위가 올라간다. 과연 정보로서 가치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심지어 애초부터 많은 사람들이 진짜 궁금해한 사안인지도 중요치 않아진다.

“명사(名士)란 그 사람이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대니얼 부어스틴). 이 문구를 빌려오면 인기 검색어란 단지 ‘많이 검색됐다는 이유로 많이 검색되는 것’일 뿐이다. 문제는 이런 사회적 증거 효과를 통해 인기 검색어가 어느새 사회적으로 주요한 주제로 ‘공인’된다는 것이다. 포털이 여론조작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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