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업계와 디지털 기술, 공생 묘안은 없나?

음반업계와 디지털 기술, 공생 묘안은 없나?
[아이뉴스24 2006-01-04 18:05]

<아이뉴스24>

“주류 음반업계와 P2P 간의 ‘제3의 길’은 없는가?

음반업계와 P2P 진영 간의 대립각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너를 눌러야 내가 산다’는 제로섬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지난 해말 ‘우상호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면서 소위 ‘죽이기’ 식 담론이 한층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연 음반업계와 P2P는 ‘기름과 물’처럼 불화할 수 밖에 없는 사이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답이다.

전문가들은 음악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잘 읽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에 있다면, 거스를 수 없는 변화에 맞서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끌어안는게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디지털 싱글을 주목하라

실제로 한 발 앞서 디지털 키워드를 활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지난 해 하반기부터 온라인 음악시장의 효자로 떠오른 ‘디지털 싱글’이다.

디지털 싱글이란, 디지털로만 유통되는 음원 또는 오프라인 앨범 또는 발매 이전에 디지털로 먼저 유통되는 싱글형태의 새로운 음원 유통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이같은 디지털 싱글로 재미를 본 ‘성공사례’가 적지 않았다. 광고와 연계된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를 통해 큰 반향을 얻었던 이효리의 ‘애니클럽’은 각종 온라인 음악사이트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서비스 수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26일 온라인 음악 사이트 뮤즈에 소개된 디지털싱글 애니클럽은 이틀만에 뮤즈 스트리밍 차트 1위에 오르면서 11월 10일까지 2주간 뮤즈 스트리밍 차트 1위 자리를 지켰다. 애니클럽은 2006년 1월 2일 현재 뮤즈사이트에서 200만 회 이상 스트리밍 서비스 된 것으로 집계됐다.

애니클럽의 인기는 이통사 음악서비스와 컬러링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애니클럽은 지난해 10월 SKT의 유무선 음악서비스 ‘멜론’을 통해 서비스 된 이후 2005년 11월 한 달간 멜론차트 2위를 차지했다. 휴대폰을 통한 음악 다운로드 순위 및 컬러링 판매 순위에서는 1위에 올랐다.

멜론차트는 멜론 사이트를 통해 이용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서비스 건수를 합산해 집계된다. KTF의 음악서비스 ‘도시락’ 운영팀이 기획, 유통시킨 그룹 버즈의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 역시 2005년을 달군 대표적인 디지털 싱글 성공 사례다.

KTF의 음악서비스를 담당하는 김하춘 도시락 팀장은 “지난해 11월 초 도시락에 버즈의 디지털 싱글을 유통시킨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았던 시점에 일평균 사이트 가입자수가 30% 이상 증가했다”며 “증가분 전체가 버즈의 싱글과 연동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싱글 유통에 따른 증가분이 상당하다는 게 내부의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버즈의 디지털 싱글은 KTF의 벨소리, 컬러링 수익 제고에도 일조했다는 게 KTF 측 설명이다.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는 신곡의 평균 부가서비스 판매 비율보다 20%이상 높은 판매비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초 2주간 도시락에 독점유통된 이후 기타 온라인 음악사이트에서도
유통된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는 지난해 11월 18일 SKT 멜론을 통해 서비스 된 이후에도 저력을 발휘했다.

버즈의 디지털 싱글은 12월 1주와 2주 멜론차트 1위에 올랐으며, 같은 기간 컬러링 판매 1위, 휴대폰 다운로드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이외에 연말 합동 콘서트 개최를 염두에 두고, 인기가수들이 한시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 디지털 싱글로만 음반을 발매해 큰 인기를 얻은 사례도 있었다. 2005년 최고의 가수로 떠올랐던 김종국, SG워너비와 실력파 보컬 바이브, 엠투엠이 모여 프로젝트 그룹 ‘빅 포’의 이름으로 두 곡의 디지털 싱글을 발표한 것.

이 중 김종국, SG워너비, 엠투엠이 함께 부른 ‘언터쳐블’은 지난해 12월 1일 SKT 음악서비스 멜론을 통해 서비스 된 이후 12월 3, 4주 멜론차트 1위, 같은 기간 컬러링 판매 및 휴대폰 음악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디지털 싱글의 성공은 오프라인 콘서트의 흥행 성공으로 이어졌다.

포이보스와 KTF 주최로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열린 ‘빅 포 콘서트 – 크리스마스 인 마이 드림’은 공연 2주전 모든 티켓을 판매하며 일찌감치 매진됐다.

◆ 온라인 음악시장, 이렇게 승부하라

N을 키워라.

온라인 유통의 가장 큰 장점은 ‘재생산비용 제로’. 단가를 올리느라 힘들이는 대신 소비대상을 대폭 늘려라. 순식간에 백 만, 천 만 명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인터넷 유통망의 이점을 왜 포기하는가? 500원짜리 노래 한 곡을 10만 명에게 판매하면 5천 만 원이지만, 단가를 250원으로 낮춰 100만 명에게 판다면 2억 5천 만 원을 벌 수 있다.

두 번 이상 클릭하게 하지 마라.

유저들은 게으르다. 음악 하나를 찾아 듣기 위해 로그인에 검색에 클릭, 클릭, 클릭… ‘오 노~.’ 두 번 이상 클릭하게 만들지 마라. 소비자의 게으름을 허하는 서비스가 성공한다. 일체의 마케팅 없이도 큰 반향을 얻고 있는, 무료 배경음악 공유서비스 ‘Q’의 교훈을 기억하라. (Q~의 대부분의 서비스는 2회 이내의 클릭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소비자의 무한 자유와 소유욕을 만족시켜라.

이 음원은 호환이 안되고, PC에서 받아놓은 것은 다른 기기로 옮겨 들을 수 없고… 한 번 구매한 음원은 어디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하라. 영등포에서 산 레코드, 명동에서 구입한 CD를 다른 동네 오디오로 들을 수 없었던 기억이 있는가? 소비자의 소유욕을 만족시켜라. ‘CD장’이라는 새로운 가구를 만들어냈던 CD컬렉터들을 기억하는가? 돈 내고 사도사도 내 것 같지 않은 음원. 소유의 기쁨을 주는 서비스가 구매를 촉진할 것이다.

◆ 미국도 P2P 네트워크 활용 사례 많아

‘제3의 길’ 중 하나로 꼽히는 디지털 싱글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디지털 싱글은 광고와 연계돼 있고, 비주얼이 강조된 뮤직비디오와 함께 유통되며, 가수들의 기존 음반 및 방송 활동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수가 정규활동을 쉬거나 다음 앨범을 준비하는 휴지기에 가수나 음반제작사에게 일종의 ‘가욋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 오프라인 음반 발매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면, 음반 제작자는 빠른 시간 안에 시장이 원하는 노래를 기획, 유통시킬 수 있다. 오프라인 음반 제작 및 유통에 따른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만큼, 한 두 곡에만 역량을 집중해 개별 곡의 수준은 높이면서도 전체적인 예산은 절감할 수 있다.

온라인 음악서비스 사업자들 역시 오프라인 음반으로는 구할 수 없는 음원을 독점 공급해 오프라인과의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또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서비스 수익 외에 배경음악, 벨소리, 컬러링 등 부가 판매 수익도 올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은 물론 서비스사업자와 권리자들이 정해진 비율대로 나눠 갖는다.

물론 모든 디지털 싱글이 다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디지털 싱글 성공 사례들은, 울상을 짓고 있는 오프라인 음반업계와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온라인 음악서비스 사업자, 그리고 이통사까지 모두 함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존의 유통질서를 고집하는 대신, 음반시장 패러다임의 전환을 인정하고 환경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바다 건너 미국서도 이같은 움직임은 활발하다. 록그룹 하비 데인저는 올해 새로 내놓은 앨범 ‘리틀바이리틀'(Little By Little)을 P2P네트워크인 ‘비트토런트’와 자신들의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P2P를 상대로 한 음반 업계의 성토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하비 데인저가 P2P 지지를 선언한 것은 P2P는 인디 밴드들에겐 필요한 존재로 보고 있기 때문. 앨범을 스스로 내놓으려면, 인터넷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P2P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비데인저의 사례는 P2P가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에 다가가기 힘든 마이너 뮤지션들에겐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의창’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화의 가치는 다양성에 있는게 사실이라면, P2P는 그 존재만으로 음악 문화 발전에 기여할 잠재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박연미 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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