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의 <2046> 실체를 드러내다

왕가위의 <2046> 실체를 드러내다
[칸 2004] 경쟁작 리뷰 <2046>
2004.05.21/칸=주성철 기자

<2046>은 ‘역시 왕가위!’라는 감탄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여전히 이미지는 황홀하고 사운드트랙은 마음을 어루만진다. 예상과 달리(!) 에셔의 그림처럼 무채색의 선과 면으로 펼쳐지는 미래도시의 풍경은 스산하고, 왕가위의 오랜 파트너 장숙평 미술감독이 설계한 미래와 과거의 공간은 무한한 상념과 부유하는 감정들로 가득 차 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도 왕가위는 후반작업 지연으로 인해 <2046>의 상영일정을 제때 맞추지 못 했다. 이미 작년 칸영화제에 <2046>을 들고 오리라 공언하기도 했었으니 사실 왕가위의 악명은 그리 새삼스런 것도 아니다. 오죽하면 <2046>에 출연한 배우 기무라 타쿠야가 “대체 <2046>은 2046년에야 완성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불평했을까.

일본인 남자 탁(기무라 타쿠야)이 한 안드로이드(왕정문)에게 말을 건넨다. “나와 함께 떠날래?”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는 눈물을 보이며 조용히 자리를 뜬다. 이 미래 도시의 이야기는 주선생(양조위)이 쓰고 있는 소설의 일부다. <2046>에서 주선생은 기자이자 작가다. 그는 2046년을 배경으로 미래에 대한 글을 쓰고 있지만 자꾸 과거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있다. 현실의 그는 2046호에 있는 여자 바이 링(장쯔이)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그가 쓰는 소설에서 홍콩 반환으로부터 50년 후인 2047년의 바로 전 해 2046년, 사람들은 신체 내에 마이크로 칩을 장착하고 살아가고 안드로이드들은 기억력의 부재를 겪는다. 여기서 2046 열차를 타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싶다는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무도 거기에 갔다가 되돌아 온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2046>은 ‘역시 왕가위!’라는 감탄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여전히 이미지는 황홀하고 사운드트랙은 마음을 어루만진다. 예상과 달리(!) 에셔의 그림처럼 무채색의 선과 면으로 펼쳐지는 미래도시의 애니메이션화된 풍경은 스산하고, 왕가위의 오랜 파트너 장숙평 미술감독이 설계한 미래와 과거의 공간은 무한한 상념과 부유하는 감정들로 가득 차 있다. <2046>은 <화양연화>의 속편이나 다름없다. 당초 SF영화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1960년대 말의 홍콩이 영화의 주무대다. 2046은 <화양연화>의 주선생(양조위)과 수리첸(장만옥)이 머무르던 방의 번호였고, 주선생은 <화양연화>에서 그들이 종종 만났던 골드 핀치 레스토랑에서 소설을 쓴다.

2046은 2046년이라는 미래의 ‘시간’이자 2046호라는 과거의 ‘공간’이기도 하다. 왕가위는 <2046>을 통해 운명처럼 홍콩으로 되돌아온다. 1967년 주선생이 싱가폴에서 홍콩으로 되돌아갔을 때 삽입된 홍콩 주민들의 시위 장면 뉴스릴은 이제껏 왕가위 영화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이렇게 <2046>은 분명 <화양연화>의 속편이지만 그 ‘무드’는 전혀 다르다. 양조위와 장쯔이가 보여주는 베드신은 관능적이다. <화양연화>에서 베드신을 찍고도 영화의 전체 톤과 맞지 않다며 모두 들어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의미심장한 변화다. 그는 여전히 새로운 이미지와 정서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과연 왕가위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이 양반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거 아냐??! ㅠ0ㅠ

보고싶다.

영화속에서 다시 보여지는 골드핀치 레스토랑도 보고 싶고,

위태롭게 스치는 인연들과 어긋나는 사람들을 보고 싶다.

수많은 말보다도 더 강렬하게, 수리진의 손끝 하나로 불안하고 흔들리는느낌을 표현하고,

뒤돌아서 단호하게 걸어가는 아비의 뒷모습..

그 공허한 발걸음과 가만히 흔들리는 어깨로 슬픔을 아프게 표현하던,

비디오 화면으로 다시 보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는 금성무의 눈빛.

다시 보고싶었다구!!

One Comment

  1. 보고 싶군요…게다가…흠…키무라 타쿠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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