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닷컴 살고 싶나? ‘오페라 하우스’가 돼라

언론사닷컴 살고 싶나? ‘오페라 하우스’가 돼라

웹 2.0을 ‘인터넷이란 전장에서 살아 남은 자에 대한 찬양’이 한 축을 이룬다면 ‘인터넷이란 전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이렇게 하라는 복음’이 다른 한 축을 이룬다.

구글은 살아남았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웹 2.0 기업이다. 야후나 MS 역시 마찬가지다.

미디어 2.0을 웹 2.0의 한 파생 개념으로 논할 때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미디어 기업 가운데 ‘아직’ 살아남은 자는 있으나 앞으로 누가 살아남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웹 2.0이 인터넷이란 플랫폼과 인프라에 집중했다지만 미디어 2.0은 인터페이스와 콘텐츠 인프라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 관련 포스트 : 트렌드와 뉴스를 보는 새방식 ‘미디어 2.0′[Updated]

지난 번에는 미디어 2.0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인터페이스의 변화를 감지하라는 뜻이었다. 중요한 것은 인터페이스가 변화되면 콘텐츠의 생산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콘텐츠 유통과 소비가 생산을 좌우한다
비슷한 경우로 박스의 변화를 들 수 있다. L모 사의 LCD 모니터는 납작하게 접을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이는 단지 소비자의 요구라기보다 유통 과정에서의 비용절감 요구 때문이었다. 이를 통해 포장박스의 부피가 줄어들어 유통 과정에서 물류비가 획기적으로 줄었으며 제품 포장과 개봉시 별다른 조립 과정이 없어 고장율도 낮아졌으며 디자인적으로도 자유롭게 화면을 돌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또 하나가 극단적인 단순함으로 승부한 블로그형 인터넷 만화다. 기존 만화는 출판되는 책의 판형에 따라 3:4 세로로 긴 직사각형 한 페이지를 구성해야했다. 따라서 모든 만화책 교본은 만화를 그리려면 정해진 틀 안에서 만들 것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흑백이 주류였기 때문에 흑백 페이지에 맞춰 ‘톤’이란 스티커를 배경으로 붙이는 등 색깔로 표현하기 힘든 장면을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디지털화되면서 신세대 만화가들은 처음부터, 혹은 스케치 이후 디지털 방식으로 작업한다.

또한 지면의 가로세로 비율을 따로 맞출 필요도 없으며 색깔에 대한 제약도 없다. 심지어 배경을 디지털로 복제해 말 풍선만 안의 대사 변화만으로 한편의 만화가 탄생하기도 한다. 심지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도 만들어낸다. 이렇게 해서 유명해진 것들이 ‘강풀’, ‘성게군’, ‘마시마로’, ‘뿌까’, ‘우비소년’ 등이다.

이렇게 콘텐츠가 소비되는 말단의 인터페이스가 바뀌게 되면 콘텐츠 자체의 변화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유독 참으로 잘 안 바뀌는 분야가 있다. 뉴스 콘텐츠 분야다.

남탓 하기 바쁜 ‘언론’이란 동네

RSS를 도입하라고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도 꿋꿋하게(?) HTML로만 쏘는 곳이 많다. 그렇게 인터페이스를 강조해도 여전히 뉴스 사이트들은 ‘정지화면’이다. 인터랙티브를 강조해도 기껏 한다는 것이 ‘댓글’ 시스템과 ‘토론 게시판’ 정도다. 기사 내부에 간단하게라도 링크를 달라고 해도 URL이 그대로 등장해도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면 링크를 달아줄 생각은 못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본보 24일자 A7면> 따위의 삽질 멘트가 인터넷에 등장하는 것도 현재 우리나라 언론의 인터넷에 대한 수준이다.

멀티미디어와 동영상에 대한 중요성을 수년 전부터 이야기해도 ‘돈’이 아깝고 ‘왜’에 대한 해답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들의 현재다.

포털 뉴스를 망가뜨리면 포털이 갖고 있는 100이 자신들에게 흩어져 되돌아올 것이라고 착각하면서도 100의 0.1%라도 내 쪽으로 끌어들일 실력이 없는 것도 그들의 현재다. 그러고보면 정치권에서 열심히 기성 언론에게 포털의 영향력을 되돌려주려는 시도가 안쓰러워보인다.

▲ 관련 포스트 : 네이버, 한나라당 포털 보고서에 ‘발끈’

▲ 조금 오래된 포스트 :
2006/09/01 포털이 언론이냐 아니냐’보다 중요한 몇 가지-2
2006/07/12 ‘포털이 언론이냐 아니냐’보다 중요한 몇 가지 (4)
2006/06/15 포털을 보는 두 가지 시선 [언론이냐 아니냐]
2006/06/14 늪에 빠진 언론사닷컴, 돌파구는 없나?

최근 신문협회와 온라인신문협회가 포털 쪽의 화해의 목소리에 대해 삐딱하게 굴고 있다. 주워들은 소식으로는 아예 네이버의 뉴스 편집 방식 변화에 대한 논의 자체에 부정적이며 아예 논의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구글식의 딥링크 방식’을 선호한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그만이 생각하기에 ‘딥링크’가 해결방안일 수는 없다. 딥링크라는 것은 일단 노출된 제목이나 요약문을 누르는 즉시 해당 페이지로 순간이동시키는 재주를 가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페이지로 간 독자들은 순식간에 그 페이지를 빠져나오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또한 ‘딥링크’는 미디어 사이트의 탑 화면과 카테고리 화면을 모두 지나쳐버려 광고 집중도를 분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나마 프레임 링크보다는 개선돼 있지만 그리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다.

게다가 전체 페이지뷰와 방문자 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결국 방문자의 품질이 지극히 낮아지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또한 같은 기사내용에 대해 수백건의 기사가 중복되면서 기사의 차별화보다는 사이트 자체의 경쟁력에 의해 방문자를 붙들어 둘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날 것이다. 지금처럼 사이트 자체가 형편없이 운영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신문사닷컴 사이트들은 ‘뜨내기들이 모여드는 공원 벤치’에 불과할 것이다.

놀이공원이 되기보다 오페라하우스가 돼라, 콘텐츠는 멀티소스를 지향하라

언론사닷컴 사이트가 고민해야 할 것은 포털 처럼 대형 놀이공원을 기획하기보다 전문성 있고 품위 있는 오페라 하우스 같은 면모를 보여야 한다. 놀이공원에서 한 사람 당 1000원의 부가가치가 나온다면 오페라 하우스라면 한 사람 당 10만원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대중지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라. 포털의 방문자당 단가가 1원이었을 때 전문화된 언론사는 그만큼의 권위와 전문성을 가진 독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방문자당 단가가 10원일 수 있다. 이는 페이지뷰가 낮아도 고급 콘텐츠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언론사닷컴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재포장하고 제값에 제대로 팔 것인지를 고민하기보다 이제는 어디에 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야겠다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남탓하지 말고 순수하게 콘텐츠에 대한 품질 높이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DMB와 IPTV가 나온다면 지금 있는 것을 DMB와 IPTV에 구겨 넣을 생각을 하지 말고 IPTV라는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든다’는 것은 창조(Create)하라는 것이 아니라 제작(made)하라는 것으로 기존의 것을 좀더 분화시키고 전문화시키고 패키지화할 수 있도록 원본부터의 기획이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업계는 DVD가 나오면서 관행이 된 것이 ‘메이킹 필름’ 제작이었다. 이는 창조가 아닌 영화라는 부산물의 새로운 패키징이었다. 또한 다양한 패키징 형태인 ‘감독판’, ‘배우 해설판’, ‘게임화’가 영화 제작 단계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까지 설명하는 데도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언론사닷컴 관계자분들에게 ‘원소스 멀티유즈’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멀티소스 멀티유즈’, ‘롱테일’ 비즈니스의 시대라는 것이다.

또 스스로 변화하기 힘들다면 규모를 확장할 필요도 있다. 또한 미디어 융합에 대한 고민을 하기 이전에 융합하기 위해서는 여러 미디어가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현재의 미디어 통합 논의가 ‘하나로 수렴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개의 미디어를 짬뽕 시켜 다양한 미디어로 재탄생시키는 현상’이 오늘날의 미디어 융합의 본질이다.

뉴스 미디어의 위기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종이라는 플랫폼과 공중파라는 플랫폼이 위기일 수는 있으나 ‘저널리즘’의 가치는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단지 이제는 스스로 독점해왔던 정보와 권위를 남들과 나눠가질 준비를 해야 할 시기다.

미디어는 ‘서비스’다.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생산자는 역사로부터 버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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