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6점
김연수 지음/문학과지성사

그리고 2008년이 찾아왔다. 한 신문사의 요청으로 나는 촛불시위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5월 31일 시청 앞으로 나갔다. 그날 밤에 시위대는 효자동 입구까지 밀고 들어갔고,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전경들 바로 앞에 연좌했다. 다시 전경들 앞에 앉고 보니 살아오면서 내가 겪었던 그 모든 공포들, 공권력을 향한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 알만한 나이가 됐다. 결국 우리는 저들에게 진압당할 것이다. 초조했다. 그때 뒤쪽에서 남청련의 깃발을 든 학생들이 나타났다. 그 깃발을 보는 순간, 우습게도 안심이 됐다. 우리 세대에게 남총련이란 그런 존재였으니까. 깃발을 들고 전경들 앞에까지 나온 남총련 학생들은 대오를 갖춰 자리에 앉았다. 남녀 학생들 몇몇이 앞으로 나갔다. 구호를 외치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학생들이 대중가요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저란 애들을 믿고… 한참 웃었다. 그다음 날 새벽 경찰이 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했을 때, 내가 분노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저렇게 새로운 아이들을 그토록 낡은 방식으로 대접하다니. 늙다리들. 구닥다리들.

                                                   

                                                                <밤은 노래한다> 작가의 말 中

1.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의 만주버젼이랄까…역사와 시대에 빗겨나 생활하던 주인공이
비 일상적인 사건을 통해서 자신이 몸담고 있던 세계의 연약함과 불완전함을 느끼고,
사건 속에 휘말려 들어가는.
그 사건을 통해, 그 전과는 다른 삶의 비밀을 깨닿게 되는… 


 

2. 1930년대 초반의 민생단의 비극과 어쩌면 지금 촛불 이후 이 곳의 지리멸렬함이
잇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주에서 500여 명의 혁명가가 서로를 의심하며, 비판하며,
좌경, 민족주의, 일제의 주구라는 이름으로 총을 겨누고 죽었고,
지금 여기에선 진보와 대안의 움직임들이 그 어떤 연대의 움직임도 없이
천박한 돈의 가치에 휩쓸려 형해화 되고 있다.

 

3. 1933년 만철의 측량기사였던 주인공 김해연은 1941년 중국공산당의 지하세포로 성장한다.
“열정이 없는 따분한 존재”에서,
“정세는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비관적으로 보이는 이 순간이 바로 종말의 전야라는 걸 저는 유격구에서 배웠습니다.
밤이 깊어질 수록 새벽은 가까워 지는 것이지요”라며, 변절한
 혁명가에게 총을 겨눌 만큼.

 

4. 불가해한 삶,
밤과 낮, 빛과 어두움으로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는 세계.
경계 위에서 오독되는 진실.
김연수는 집요하게 천착하는 비관적인 세상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어쩌면, 그의 책을 읽으며 위로받는 느낌을 얻는 이유일 지도 모르겠다.
삶은 힘들고, 세상은 무섭고, 내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은 살아가니까.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