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T – 안내상 인터뷰 중에서.




조직을 굉장히 싫어하는 것 같다.



안내상: 내가 한 조직생활이라는 건 학생운동 조직 밖에 없었지만(웃음), 사회조직에 대한 어떤 혐오감 같은 건 있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 회사에 취직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별로 행복해하지 않는 걸 보면서, 저 세계에 발 담그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내게 일종의 과제였다. 조직은 내게 해방구는 아니었다. 발도 들여 놓기 싫지. 지금까지도 조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연기를 시작한 91과 92년 즈음은 소련이 해체되고 동유럽의 사회주의 블록이 무너지던 시기였다. 그 때문에 이념적인 붕괴를 경험한 세대가 바로 91년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들인데, 갑자기 연기를 하려고 결심한 것도 그런 영향이었나.



안내상: 그렇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지. 학생운동의 사상적 토대가 사회주의였고, 시대의 문제는 군사독재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였으니까. 자본주의가 지배논리라고 인정하고 부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주의를 고민했던 거고 그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이루고자 했던 거니까. 그야말로 경장이나 개혁이 아닌 혁명을 위해서 뛰어다녔는데, 세계는 점점 그런 것들이 무의미한 세계가 되어 갔다.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되면서 사회주의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의 혼돈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 어디로 가야하나, 길이 막혀버린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이 사회에 편승하고 싶지는 않았다. 조직에 대한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문제인데, 어디에 속해지기가 싫은 거였다. 사람이 방황을 하면 결국 자기 안으로 파고 들 수밖에 없는데, 파고들면 허하지. 그래서 매일같이 술만 마셨다. 마비 상태에 있으면 편하니까 또 마시고. 그러다가 이제 좀 살고 싶다, 웃고 싶다고 생각할 때 선배가 연극을 해보라고 했다. 그게 계기가 되어서 아카데미에 들어가고, 최형인 교수를 만나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어떤 인터뷰에서 ‘행복하기 위해서 연기한다’는 얘기를 봤다. 연기라는 것, 궁극적으로 당신에게 무엇인가.



안내상: 연기라는 게, 나한테는 무지하게 겁나는 거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거고, 한 번 찍어 두면 계속 가는 거라서(웃음)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요즘엔 카메라가 편해진 것 같다. 연기가 뭐냐는 질문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대신 매번 어떤 깨달음은 얻는다. 이 직업이 내가 뭘 어쩌겠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라서, 계속 하면서 연기가 뭐고 내가 가야할 길은 어디고, 최종적으로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할 것인지 깨닫는다. 요즘엔 욕심도 생겼다. 많이 하자, 더 다양하게 해 보자, 쉬지 않고 해 보자. 나는 쉬고 싶지 않다. 아직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연기에 목말라 있다. 계속 해보고 싶고 더 들어가고 싶어서, 흥미진진하다.



연기나 삶을 통틀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안내상: 글쎄, 딱히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진실이 아닐까. 사실 나는 연기하면서 사람들도 잘 사귀고 장난도 많이 치면서 살았는데, 그래서인지 진지하지 못하고 진실되지 않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런 비판이 나한테는 중요하지 않았다. 실제로 나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요즘에는 그게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나도 모르게 어떤 사람들을 우습게, 가볍게 봤을 수도 있다. 내면이 외양을 만든다는 생각이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그 진심으로 들어갈 때만이 내가 살아남고 내가 존재한다고 느낄 것 같다.



궁극적으로 어떤 삶을 원하는가?



안내상: 글쎄… (잠시 생각하다가) 그런 건 그냥 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또 기다려 보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다. 생각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스트레스가 있다는 얘기니까. 아무 생각 없이, 그때는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질 때가 있다. 딱 한 번 그런 경험을 해봤다. 길에 있는 돌도 진짜 아름답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모두 좋아 보이고, 누구를 만나도 다정한 느낌이고. 그런 삶이면 좋지 않을까. 지금도 그런 것들을 향해서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면이 행복할 때에야 모든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니까.


[from : MagazineT]



안내상도 좋고, 한성별곡-正 도 좋고,


무엇보다,‘조직’에 대한 얘기가 마음에 콱 박혀서.



낮보단 밤이 좋고


태양보단 구름이 좋고


광장보단 골방이 좋은


지각을 밥먹듯 하고 Attitude도 안좋은 나는~♪


대학 1학년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나는 기회주의적 회색분자라네.




4 Comments

  1. 사람을 방황을 하면 결국 자기안으로 파고 들수밖에 없는데,파고들면 허하지 – 이말이 정말 와닿아요 나도. 사회주의자인데…왠지 반갑네 저아저씨

  2. ㅎㅎㅎ

  3. 안내상은 내가 먼저 좋아하기 시작했어! 건드리지마.

  4. 제롬

    자기가 원하는대로 살수있는게 인생인가요… 휴… 안내상님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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