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에서 성공 열쇠를 찾아라

[from LG경제연구원]

기능, 정보의 홍수로 고객의 단순함에 대한 니즈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한 기업의 공급자 중심 논리는 단순한 제품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 고객보다 한 발 앞서 단순함의 기반 하에 고객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안목이 향후 컨버전스 제품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IT기업을 꼽으라면 구글(Google)을 들 수 있다. 구글은 2005년 매출 5조원, 영업이익률 34%의 놀라운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의 미래 가치인 시가 총액은 자그마치 120조원대다. 이는 경쟁사인 야후의 2배 수준이다(LG주간경제 891호, “구글 열풍 다시 보기” 참조).

구글이 등장하던 1999년. 검색 사이트들은 저마다 ‘우린 이렇게 희한하고 재미있는 서비스로 가득합니다’라고 하면서 다양하게 홈페이지를 채웠다. 하지만 구글은 ‘Google’이라는 로고와 검색 창만 있는 심플한 홈페이지를 제시했다. 다양한 서비스로 가득한 포털 서비스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구글의 홈페이지는 다소 썰렁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구글의 강점은 무엇일까? 구글은 검색 포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정확하고 빠른 검색 결과 찾기”에 역량을 집중하였다. 구글의 페이지 랭크 기술과 하이퍼 텍스트 매칭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렇듯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소비자들이 꼭 필요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조한 심플함이 구글 성공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기능과 정보의 홍수로 소비자의 심플함에 대한 욕구 증가

심플하고 정확한 구글의 검색 서비스, 저렴한 가격과 중간 경유지, 음식 제공이 없는 단순한 서비스로 성공한 사우스 웨스트 항공, 심플한 디자인으로 전세계 여성들이 한번쯤 입어보고 싶어한다는 베라 왕의 드레스 등 소비자들의 심플함에 대한 선호는 폭넓게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심플함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기능의 홍수 때문이다. ‘첨단 제품 = 다양한 기능’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던 시절이 있었다. 매일 접하는 TV 광고에서는 수많은 제품들이 ‘난 이런 기능도 된다’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그리고 ‘당신도 이런 기능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고객을 유혹한다. 물론 기능이 추가되었으니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객은 ‘많은’ 기능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기능에 열광한다. 불필요한 기능 때문에 비싼 돈을 지불하고 싶은 소비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둘째, 정보의 홍수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업들은 ‘최초’, ‘최고’ 등 다양한 수사를 동원하여 이를 마케팅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고객은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 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한정되어 있는데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다 보니 혼란만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은 오히려 단순해지고 있다. 수많은 정보를 복합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할 만큼 고객은 한가하지 않다. 정보 처리 과정 자체가 고객에게는 또 다른 비용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은 필요한 일부 정보만을 토대로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셋째, 저가격, 고기능을 동시에 추구하는 고객 욕구 때문이다. 고기능 제품을 마다하는 고객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번째 유형은 디자인 등 다른 요소를 포기하면서까지 고기능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두번째 유형은 실제로 마음 한 켠에서는 고기능의 제품을 원하면서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나한테 저런 기능까지는 필요 없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고기능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고객의 심리적인 가격 마지노선을 돌파한 심플한 제품이 나오면 폭발적으로 구매가 일어날 수 있다.


심플함이 기업의 운명을 바꾼다.

심플하고 소비자의 편의를 최대한 생각한 디자인은 기업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고가, 첨단 기능의 제품이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다면, 심플한 기능, 심플한 디자인은 대중성을 확보하기 쉽다. 이런 대중성은 소위 ‘대박’ 상품으로 이어지고 한 순간에 기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애플(Apple)사의 부활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과거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는 전문가들만 사용하는 독특한 제품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제 애플은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의 성공으로 전세계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이와 함께 애플은 대중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애플 전 제품의 디자인을 지휘하고 있는 디자인 담당 부사장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는 “기존 컴퓨터 제조회사들은 소비자에 대한 배려보다 제품 성능에 치중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편안하고 쉽게 테크놀로지와 만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이런 심플한 디자인이 오늘날 전세계 MP3 플레이어 소비자 10명 중 3명이 가지고 있는 아이팟이라는 빅 히트 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는 LG전자의 초콜릿폰이 단연 화두다.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초콜릿폰은 심플함을 강조하기 위해 순수 검정색 컬러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선과 로고, 장식 등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런 심플함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여 출시한지 3주만에 대박폰의 기준인 일 평균 1000대 판매를 돌파하였다. 모건 스탠리는 초콜릿폰이 내년 1분기에 수출되기 시작되면 LG휴대폰의 첫 ‘글로벌 히트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고객보다는 개발자가 중심이 된 내부 논리가 심플함의 걸림돌

고객들은 심플함을 원하고 있고, 심플함으로 승부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도 있다. 그런데도 왜 대부분의 기업은 심플한 기능, 심플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기 어려운가?

첫째, 고객의 정확한 니즈 파악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첨단’이라는 이름을 달지 않으면 눈길도 주지 않는 소비자가 최첨단 제품은 필요 없다고 외면하기 일쑤다. 설문조사에서는 성능이 중요하다고 대답한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 시에는 브랜드만 보고 제품을 고른다. 이런 소비자의 다중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매우 어렵다.

둘째, 제품 개발자의 안전 제일주의다. 소비자의 정확한 니즈를 모르는 개발자는 불안하기 때문에 한 제품에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은 모두 집어넣고 소비자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이렇게 되면 제품이 실패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도 실패했다’라고 변명할 여지가 있다.

셋째, 장기적인 호흡이 부족한 경영 관행이다. 심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기능을 대폭 줄인 기본 사양의 저가 제품을 만드는 것과 다른 얘기다. 고객이 열광하고 파급효과도 큰 심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 컨셉 개발, 혁신적인 디자인 등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경쟁사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수개월씩 제품 컨셉을 고민할 여유가 없어진다. 적어도 일부 자원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이것마저도 비용 혹은 자원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많다.


심플함으로 승부하기 위한 제안들

이렇듯 심플함을 추구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심플함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 고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녀라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기 위해 흔히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대규모 설문조사로는 고객의 진정한 니즈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런 기능, 당신에게 필요합니까?”라고 물어보면 거의 쓰지 않는 기능이어도 “있으면 좋지”라는 생각으로 필요하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고객의 구매 행태, 사용 패턴, 잠재된 니즈 등을 파악하는 쉐도잉(Shadowing)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고객이 정말 가치를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 불필요한 부분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국내 IT 회사 연구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구소장이 신제품 개발 계획을 보고받은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무슨 기능이 이렇게 많이 필요합니까? 여기 있는 기능들, 여러분에게는 필요한 기능입니까? 난 거의 쓰지 않을 것 같은데… 고객 니즈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까 불안해서 이것 저것 다 집어넣은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자리에 앉아 있지만 말고, 밖으로 나가세요. 나가서 고객이 정말 어떤 기능을 필요로 하는지 직접 보고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더하기(+)보다 빼기(-)가 중요하다

심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은 고객에게 필요한 ‘새로운’ 기능을 발굴하는 것보다는 ‘필요하지 않는’ 기능을 걸러내는 것이다. 심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기본 사양 제품을 만드는 것과 다르다. 고객에게 꼭 필요한 기능은 충분한 가치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불필요한 기능을 잘라내어 핵심 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신제품을 개발할 때, 이전 버전까지 포함된 기능은 모두 집어넣고 추가로 새로운 기능을 발굴하려 한다. 고객에게 진정 필요한 기능은 무엇인지 고민하기 보다는 이왕 개발된 기능이니 일단 다 포함시키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능이 과도하게 많아지게 되면 사용은 복잡해지고 가격은 올라가 소비자가 외면하게 된다.

2003년 가을 출시된 캐논의 EOS 300D 카메라는 SLR(Single Lens Reflex : 일안반사식) 카메라 보급의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고화소 전문가용 제품에 대한 니즈는 존재하였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캐논 EOS 300D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기능은 대폭 줄이면서 SLR 카메라의 기본적인 장점은 살릴 수 있도록 설계하여 가격을 100만원대로 떨어뜨렸다. 그 결과 SLR 카메라를 처음 써보는 초보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SLR 카메라의 대중화를 선도할 수 있었다.

● 핵심 니즈와 사용 편리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심층적인 고객 분석을 통해 핵심 니즈를 파악했다면 이를 사용하기 편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 편리성은 기존 고객의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장점 이외에도 잠재적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고기능 제품의 주 수요 고객은 젊은 남성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복잡한 기능의 제품을 사용하는데 젊은 남성이 보다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이나 노년층이 고기능에 대한 수요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이들 역시 고기능에 대한 니즈는 잠재되어 있으나 사용법이 어려워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히트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핵심 니즈는 충족시키되 사용 편리성을 최대한 높임으로써 잠재 고객의 수요를 촉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2005년 게임 산업의 최대 히트 상품을 꼽으라면 누구나 카트라이더를 꼽을 것이다. 2004년 8월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카트라이더는 서비스 개시 8개월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수립하였다. 이 게임의 최대 장점은 사용 편리성에 있다. 기존 레이싱 게임들은 실제 자동차 경주와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는 것이 통념이었기 때문에 게임 조작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카트라이더는 이런 통념을 깨고 시프트(Shiht), 컨트롤(Ctrl), 화살표 키 만으로 방향과 속도 조절이 가능하게 하였다. 한 게임에 걸리는 시간도 채 5분을 넘기지 않는다.

이렇게 카트라이더는 승부욕이라는 레이싱 게임의 본질은 살리되 나머지는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함으로써 대중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다. 실제로 카트라이더 회원 구성을 보면 여성이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온라인 게임에선 여성의 비율이 대개 20% 미만이다. “단순함”이 게임계의 마이너 계층이라 할 수 있는 여성 층을 끌어 모은 것이다.

● 5개의 귤을 던지면 1개도 받지 못한다

현대 고객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소비 심리학의 권위자인 데이비드가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접하는 광고 메시지는 하루 2,500여 개이고, 시청자의 9%만이 방금 TV에서 본 브랜드를 기억한다고 한다.

이렇게 무뎌진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의 다양한 장점을 커뮤니케이션해도 고객이 기억할 가능성은 적어진다. 오히려 정보 자체를 회피하려는 정보 피로도만 증가한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광고 메시지 역시 심플해져야 한다. 심플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함으로써 브랜드 혹은 제품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고객의 관심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유명 광고회사인 리앤디디비(Lee&DDB)의 이용찬 대표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수 년 전 모 이동통신 회사의 광고를 시연하고 있을 때였다. 그 때 한 임원이 이런 이런 내용은 꼭 추가되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탁자 위의 귤을 5~6개 집어 들어 받아보라며 그 임원에게 던졌다. 물론 당황한 임원은 한 개도 받지 못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보십시오. 고객에게 너무 많은 메시지(귤)을 전달하려고 하면 이처럼 하나도 기억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광고 캠페인 중 하나로 앱솔루트 보드카의 광고를 꼽는다. 앱솔루트는 병모양을 주제로 한 비주얼과 ‘앱솔루트 스타’, ‘앱솔루트 조이’ 등 두 단어로 이루어진 심플한 카피로 일관성을 유지하였다. 전체적인 컨셉은 10년 이상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새로운 광고를 출시할 때 마다 약간의 변화를 통해 새로움을 담아낸 것이다. 이런 광고 캠페인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 수입 첫해 5천 상자를 밑돌던 판매량이 1994년에는 300만 상자까지 팔려 나갔다.


고객 트렌드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안목이 중요

1년 여전, 휴대폰 업계에 화소 싸움이 일어난 적이 있다. 업체들은 수개월마다 백만 화소씩 업그레이드 된 휴대폰을 시장에 내놓으며 자사 기술력을 과시하였다. 그러나 생각만큼 그 파급효과가 크지는 않았다. 비싼 가격도 문제였지만, 너무 빨리 고기능 제품을 출시하려다 보니 디자인 측면에서 심플함이 떨어진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 그리고 요사이 휴대폰 시장은 슬림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심플함’과 ‘심플하지 않음’을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경계는 없다. 앞으로 컨버전스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고객은 지금보다 부피는 커지더라도 기능이 추가된 제품을 선호하는 순간이 올지 모른다. 결국 디자인과 기능의 총 효용을 통해 고객이 평가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보다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부 자원은 고객 트렌드 모니터링에 상시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고객을 선도하는 것은 기술을 선도하는 것보다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성과의 과실은 결국 고객의 마음을 읽는 기업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기능, 정보의 홍수로 고객의 단순함에 대한 니즈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한 기업의 공급자 중심 논리는 단순한 제품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 고객보다 한 발 앞서 단순함의 기반 하에 고객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안목이 향후 컨버전스 제품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IT기업을 꼽으라면 구글(Google)을 들 수 있다. 구글은 2005년 매출 5조원, 영업이익률 34%의 놀라운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의 미래 가치인 시가 총액은 자그마치 120조원대다. 이는 경쟁사인 야후의 2배 수준이다(LG주간경제 891호, “구글 열풍 다시 보기” 참조).

구글이 등장하던 1999년. 검색 사이트들은 저마다 ‘우린 이렇게 희한하고 재미있는 서비스로 가득합니다’라고 하면서 다양하게 홈페이지를 채웠다. 하지만 구글은 ‘Google’이라는 로고와 검색 창만 있는 심플한 홈페이지를 제시했다. 다양한 서비스로 가득한 포털 서비스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구글의 홈페이지는 다소 썰렁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구글의 강점은 무엇일까? 구글은 검색 포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정확하고 빠른 검색 결과 찾기”에 역량을 집중하였다. 구글의 페이지 랭크 기술과 하이퍼 텍스트 매칭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렇듯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소비자들이 꼭 필요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조한 심플함이 구글 성공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기능과 정보의 홍수로 소비자의 심플함에 대한 욕구 증가

심플하고 정확한 구글의 검색 서비스, 저렴한 가격과 중간 경유지, 음식 제공이 없는 단순한 서비스로 성공한 사우스 웨스트 항공, 심플한 디자인으로 전세계 여성들이 한번쯤 입어보고 싶어한다는 베라 왕의 드레스 등 소비자들의 심플함에 대한 선호는 폭넓게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심플함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기능의 홍수 때문이다. ‘첨단 제품 = 다양한 기능’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던 시절이 있었다. 매일 접하는 TV 광고에서는 수많은 제품들이 ‘난 이런 기능도 된다’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그리고 ‘당신도 이런 기능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고객을 유혹한다. 물론 기능이 추가되었으니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객은 ‘많은’ 기능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기능에 열광한다. 불필요한 기능 때문에 비싼 돈을 지불하고 싶은 소비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둘째, 정보의 홍수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업들은 ‘최초’, ‘최고’ 등 다양한 수사를 동원하여 이를 마케팅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고객은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 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한정되어 있는데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다 보니 혼란만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은 오히려 단순해지고 있다. 수많은 정보를 복합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할 만큼 고객은 한가하지 않다. 정보 처리 과정 자체가 고객에게는 또 다른 비용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은 필요한 일부 정보만을 토대로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셋째, 저가격, 고기능을 동시에 추구하는 고객 욕구 때문이다. 고기능 제품을 마다하는 고객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번째 유형은 디자인 등 다른 요소를 포기하면서까지 고기능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두번째 유형은 실제로 마음 한 켠에서는 고기능의 제품을 원하면서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나한테 저런 기능까지는 필요 없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고기능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고객의 심리적인 가격 마지노선을 돌파한 심플한 제품이 나오면 폭발적으로 구매가 일어날 수 있다.


심플함이 기업의 운명을 바꾼다.

심플하고 소비자의 편의를 최대한 생각한 디자인은 기업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고가, 첨단 기능의 제품이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다면, 심플한 기능, 심플한 디자인은 대중성을 확보하기 쉽다. 이런 대중성은 소위 ‘대박’ 상품으로 이어지고 한 순간에 기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애플(Apple)사의 부활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과거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는 전문가들만 사용하는 독특한 제품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제 애플은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의 성공으로 전세계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이와 함께 애플은 대중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애플 전 제품의 디자인을 지휘하고 있는 디자인 담당 부사장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는 “기존 컴퓨터 제조회사들은 소비자에 대한 배려보다 제품 성능에 치중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편안하고 쉽게 테크놀로지와 만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이런 심플한 디자인이 오늘날 전세계 MP3 플레이어 소비자 10명 중 3명이 가지고 있는 아이팟이라는 빅 히트 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는 LG전자의 초콜릿폰이 단연 화두다.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초콜릿폰은 심플함을 강조하기 위해 순수 검정색 컬러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선과 로고, 장식 등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런 심플함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여 출시한지 3주만에 대박폰의 기준인 일 평균 1000대 판매를 돌파하였다. 모건 스탠리는 초콜릿폰이 내년 1분기에 수출되기 시작되면 LG휴대폰의 첫 ‘글로벌 히트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고객보다는 개발자가 중심이 된 내부 논리가 심플함의 걸림돌

고객들은 심플함을 원하고 있고, 심플함으로 승부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도 있다. 그런데도 왜 대부분의 기업은 심플한 기능, 심플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기 어려운가?

첫째, 고객의 정확한 니즈 파악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첨단’이라는 이름을 달지 않으면 눈길도 주지 않는 소비자가 최첨단 제품은 필요 없다고 외면하기 일쑤다. 설문조사에서는 성능이 중요하다고 대답한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 시에는 브랜드만 보고 제품을 고른다. 이런 소비자의 다중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매우 어렵다.

둘째, 제품 개발자의 안전 제일주의다. 소비자의 정확한 니즈를 모르는 개발자는 불안하기 때문에 한 제품에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은 모두 집어넣고 소비자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이렇게 되면 제품이 실패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도 실패했다’라고 변명할 여지가 있다.

셋째, 장기적인 호흡이 부족한 경영 관행이다. 심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기능을 대폭 줄인 기본 사양의 저가 제품을 만드는 것과 다른 얘기다. 고객이 열광하고 파급효과도 큰 심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 컨셉 개발, 혁신적인 디자인 등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경쟁사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수개월씩 제품 컨셉을 고민할 여유가 없어진다. 적어도 일부 자원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이것마저도 비용 혹은 자원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많다.


심플함으로 승부하기 위한 제안들

이렇듯 심플함을 추구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심플함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 고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녀라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기 위해 흔히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대규모 설문조사로는 고객의 진정한 니즈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런 기능, 당신에게 필요합니까?”라고 물어보면 거의 쓰지 않는 기능이어도 “있으면 좋지”라는 생각으로 필요하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고객의 구매 행태, 사용 패턴, 잠재된 니즈 등을 파악하는 쉐도잉(Shadowing)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고객이 정말 가치를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 불필요한 부분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국내 IT 회사 연구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구소장이 신제품 개발 계획을 보고받은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무슨 기능이 이렇게 많이 필요합니까? 여기 있는 기능들, 여러분에게는 필요한 기능입니까? 난 거의 쓰지 않을 것 같은데… 고객 니즈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까 불안해서 이것 저것 다 집어넣은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자리에 앉아 있지만 말고, 밖으로 나가세요. 나가서 고객이 정말 어떤 기능을 필요로 하는지 직접 보고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더하기(+)보다 빼기(-)가 중요하다

심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은 고객에게 필요한 ‘새로운’ 기능을 발굴하는 것보다는 ‘필요하지 않는’ 기능을 걸러내는 것이다. 심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기본 사양 제품을 만드는 것과 다르다. 고객에게 꼭 필요한 기능은 충분한 가치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불필요한 기능을 잘라내어 핵심 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신제품을 개발할 때, 이전 버전까지 포함된 기능은 모두 집어넣고 추가로 새로운 기능을 발굴하려 한다. 고객에게 진정 필요한 기능은 무엇인지 고민하기 보다는 이왕 개발된 기능이니 일단 다 포함시키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능이 과도하게 많아지게 되면 사용은 복잡해지고 가격은 올라가 소비자가 외면하게 된다.

2003년 가을 출시된 캐논의 EOS 300D 카메라는 SLR(Single Lens Reflex : 일안반사식) 카메라 보급의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고화소 전문가용 제품에 대한 니즈는 존재하였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캐논 EOS 300D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기능은 대폭 줄이면서 SLR 카메라의 기본적인 장점은 살릴 수 있도록 설계하여 가격을 100만원대로 떨어뜨렸다. 그 결과 SLR 카메라를 처음 써보는 초보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SLR 카메라의 대중화를 선도할 수 있었다.

● 핵심 니즈와 사용 편리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심층적인 고객 분석을 통해 핵심 니즈를 파악했다면 이를 사용하기 편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 편리성은 기존 고객의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장점 이외에도 잠재적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고기능 제품의 주 수요 고객은 젊은 남성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복잡한 기능의 제품을 사용하는데 젊은 남성이 보다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이나 노년층이 고기능에 대한 수요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이들 역시 고기능에 대한 니즈는 잠재되어 있으나 사용법이 어려워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히트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핵심 니즈는 충족시키되 사용 편리성을 최대한 높임으로써 잠재 고객의 수요를 촉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2005년 게임 산업의 최대 히트 상품을 꼽으라면 누구나 카트라이더를 꼽을 것이다. 2004년 8월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카트라이더는 서비스 개시 8개월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수립하였다. 이 게임의 최대 장점은 사용 편리성에 있다. 기존 레이싱 게임들은 실제 자동차 경주와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는 것이 통념이었기 때문에 게임 조작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카트라이더는 이런 통념을 깨고 시프트(Shiht), 컨트롤(Ctrl), 화살표 키 만으로 방향과 속도 조절이 가능하게 하였다. 한 게임에 걸리는 시간도 채 5분을 넘기지 않는다.

이렇게 카트라이더는 승부욕이라는 레이싱 게임의 본질은 살리되 나머지는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함으로써 대중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다. 실제로 카트라이더 회원 구성을 보면 여성이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온라인 게임에선 여성의 비율이 대개 20% 미만이다. “단순함”이 게임계의 마이너 계층이라 할 수 있는 여성 층을 끌어 모은 것이다.

● 5개의 귤을 던지면 1개도 받지 못한다

현대 고객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소비 심리학의 권위자인 데이비드가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접하는 광고 메시지는 하루 2,500여 개이고, 시청자의 9%만이 방금 TV에서 본 브랜드를 기억한다고 한다.

이렇게 무뎌진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의 다양한 장점을 커뮤니케이션해도 고객이 기억할 가능성은 적어진다. 오히려 정보 자체를 회피하려는 정보 피로도만 증가한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광고 메시지 역시 심플해져야 한다. 심플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함으로써 브랜드 혹은 제품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고객의 관심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유명 광고회사인 리앤디디비(Lee&DDB)의 이용찬 대표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수 년 전 모 이동통신 회사의 광고를 시연하고 있을 때였다. 그 때 한 임원이 이런 이런 내용은 꼭 추가되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탁자 위의 귤을 5~6개 집어 들어 받아보라며 그 임원에게 던졌다. 물론 당황한 임원은 한 개도 받지 못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보십시오. 고객에게 너무 많은 메시지(귤)을 전달하려고 하면 이처럼 하나도 기억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광고 캠페인 중 하나로 앱솔루트 보드카의 광고를 꼽는다. 앱솔루트는 병모양을 주제로 한 비주얼과 ‘앱솔루트 스타’, ‘앱솔루트 조이’ 등 두 단어로 이루어진 심플한 카피로 일관성을 유지하였다. 전체적인 컨셉은 10년 이상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새로운 광고를 출시할 때 마다 약간의 변화를 통해 새로움을 담아낸 것이다. 이런 광고 캠페인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 수입 첫해 5천 상자를 밑돌던 판매량이 1994년에는 300만 상자까지 팔려 나갔다.


고객 트렌드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안목이 중요

1년 여전, 휴대폰 업계에 화소 싸움이 일어난 적이 있다. 업체들은 수개월마다 백만 화소씩 업그레이드 된 휴대폰을 시장에 내놓으며 자사 기술력을 과시하였다. 그러나 생각만큼 그 파급효과가 크지는 않았다. 비싼 가격도 문제였지만, 너무 빨리 고기능 제품을 출시하려다 보니 디자인 측면에서 심플함이 떨어진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 그리고 요사이 휴대폰 시장은 슬림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심플함’과 ‘심플하지 않음’을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경계는 없다. 앞으로 컨버전스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고객은 지금보다 부피는 커지더라도 기능이 추가된 제품을 선호하는 순간이 올지 모른다. 결국 디자인과 기능의 총 효용을 통해 고객이 평가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보다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부 자원은 고객 트렌드 모니터링에 상시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고객을 선도하는 것은 기술을 선도하는 것보다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성과의 과실은 결국 고객의 마음을 읽는 기업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기능, 정보의 홍수로 고객의 단순함에 대한 니즈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한 기업의 공급자 중심 논리는 단순한 제품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 고객보다 한 발 앞서 단순함의 기반 하에 고객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안목이 향후 컨버전스 제품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IT기업을 꼽으라면 구글(Google)을 들 수 있다. 구글은 2005년 매출 5조원, 영업이익률 34%의 놀라운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의 미래 가치인 시가 총액은 자그마치 120조원대다. 이는 경쟁사인 야후의 2배 수준이다(LG주간경제 891호, “구글 열풍 다시 보기” 참조).

구글이 등장하던 1999년. 검색 사이트들은 저마다 ‘우린 이렇게 희한하고 재미있는 서비스로 가득합니다’라고 하면서 다양하게 홈페이지를 채웠다. 하지만 구글은 ‘Google’이라는 로고와 검색 창만 있는 심플한 홈페이지를 제시했다. 다양한 서비스로 가득한 포털 서비스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구글의 홈페이지는 다소 썰렁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구글의 강점은 무엇일까? 구글은 검색 포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정확하고 빠른 검색 결과 찾기”에 역량을 집중하였다. 구글의 페이지 랭크 기술과 하이퍼 텍스트 매칭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렇듯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소비자들이 꼭 필요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조한 심플함이 구글 성공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기능과 정보의 홍수로 소비자의 심플함에 대한 욕구 증가

심플하고 정확한 구글의 검색 서비스, 저렴한 가격과 중간 경유지, 음식 제공이 없는 단순한 서비스로 성공한 사우스 웨스트 항공, 심플한 디자인으로 전세계 여성들이 한번쯤 입어보고 싶어한다는 베라 왕의 드레스 등 소비자들의 심플함에 대한 선호는 폭넓게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심플함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기능의 홍수 때문이다. ‘첨단 제품 = 다양한 기능’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던 시절이 있었다. 매일 접하는 TV 광고에서는 수많은 제품들이 ‘난 이런 기능도 된다’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그리고 ‘당신도 이런 기능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고객을 유혹한다. 물론 기능이 추가되었으니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객은 ‘많은’ 기능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기능에 열광한다. 불필요한 기능 때문에 비싼 돈을 지불하고 싶은 소비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둘째, 정보의 홍수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업들은 ‘최초’, ‘최고’ 등 다양한 수사를 동원하여 이를 마케팅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고객은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 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한정되어 있는데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다 보니 혼란만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은 오히려 단순해지고 있다. 수많은 정보를 복합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할 만큼 고객은 한가하지 않다. 정보 처리 과정 자체가 고객에게는 또 다른 비용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은 필요한 일부 정보만을 토대로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셋째, 저가격, 고기능을 동시에 추구하는 고객 욕구 때문이다. 고기능 제품을 마다하는 고객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번째 유형은 디자인 등 다른 요소를 포기하면서까지 고기능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두번째 유형은 실제로 마음 한 켠에서는 고기능의 제품을 원하면서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나한테 저런 기능까지는 필요 없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고기능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고객의 심리적인 가격 마지노선을 돌파한 심플한 제품이 나오면 폭발적으로 구매가 일어날 수 있다.


심플함이 기업의 운명을 바꾼다.

심플하고 소비자의 편의를 최대한 생각한 디자인은 기업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고가, 첨단 기능의 제품이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다면, 심플한 기능, 심플한 디자인은 대중성을 확보하기 쉽다. 이런 대중성은 소위 ‘대박’ 상품으로 이어지고 한 순간에 기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애플(Apple)사의 부활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과거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는 전문가들만 사용하는 독특한 제품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제 애플은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의 성공으로 전세계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이와 함께 애플은 대중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애플 전 제품의 디자인을 지휘하고 있는 디자인 담당 부사장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는 “기존 컴퓨터 제조회사들은 소비자에 대한 배려보다 제품 성능에 치중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편안하고 쉽게 테크놀로지와 만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이런 심플한 디자인이 오늘날 전세계 MP3 플레이어 소비자 10명 중 3명이 가지고 있는 아이팟이라는 빅 히트 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는 LG전자의 초콜릿폰이 단연 화두다.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초콜릿폰은 심플함을 강조하기 위해 순수 검정색 컬러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선과 로고, 장식 등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런 심플함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여 출시한지 3주만에 대박폰의 기준인 일 평균 1000대 판매를 돌파하였다. 모건 스탠리는 초콜릿폰이 내년 1분기에 수출되기 시작되면 LG휴대폰의 첫 ‘글로벌 히트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고객보다는 개발자가 중심이 된 내부 논리가 심플함의 걸림돌

고객들은 심플함을 원하고 있고, 심플함으로 승부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도 있다. 그런데도 왜 대부분의 기업은 심플한 기능, 심플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기 어려운가?

첫째, 고객의 정확한 니즈 파악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첨단’이라는 이름을 달지 않으면 눈길도 주지 않는 소비자가 최첨단 제품은 필요 없다고 외면하기 일쑤다. 설문조사에서는 성능이 중요하다고 대답한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 시에는 브랜드만 보고 제품을 고른다. 이런 소비자의 다중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매우 어렵다.

둘째, 제품 개발자의 안전 제일주의다. 소비자의 정확한 니즈를 모르는 개발자는 불안하기 때문에 한 제품에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은 모두 집어넣고 소비자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이렇게 되면 제품이 실패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도 실패했다’라고 변명할 여지가 있다.

셋째, 장기적인 호흡이 부족한 경영 관행이다. 심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기능을 대폭 줄인 기본 사양의 저가 제품을 만드는 것과 다른 얘기다. 고객이 열광하고 파급효과도 큰 심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 컨셉 개발, 혁신적인 디자인 등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경쟁사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수개월씩 제품 컨셉을 고민할 여유가 없어진다. 적어도 일부 자원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이것마저도 비용 혹은 자원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많다.


심플함으로 승부하기 위한 제안들

이렇듯 심플함을 추구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심플함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 고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녀라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기 위해 흔히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대규모 설문조사로는 고객의 진정한 니즈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런 기능, 당신에게 필요합니까?”라고 물어보면 거의 쓰지 않는 기능이어도 “있으면 좋지”라는 생각으로 필요하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고객의 구매 행태, 사용 패턴, 잠재된 니즈 등을 파악하는 쉐도잉(Shadowing)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고객이 정말 가치를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 불필요한 부분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국내 IT 회사 연구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구소장이 신제품 개발 계획을 보고받은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무슨 기능이 이렇게 많이 필요합니까? 여기 있는 기능들, 여러분에게는 필요한 기능입니까? 난 거의 쓰지 않을 것 같은데… 고객 니즈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까 불안해서 이것 저것 다 집어넣은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자리에 앉아 있지만 말고, 밖으로 나가세요. 나가서 고객이 정말 어떤 기능을 필요로 하는지 직접 보고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더하기(+)보다 빼기(-)가 중요하다

심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은 고객에게 필요한 ‘새로운’ 기능을 발굴하는 것보다는 ‘필요하지 않는’ 기능을 걸러내는 것이다. 심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기본 사양 제품을 만드는 것과 다르다. 고객에게 꼭 필요한 기능은 충분한 가치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불필요한 기능을 잘라내어 핵심 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신제품을 개발할 때, 이전 버전까지 포함된 기능은 모두 집어넣고 추가로 새로운 기능을 발굴하려 한다. 고객에게 진정 필요한 기능은 무엇인지 고민하기 보다는 이왕 개발된 기능이니 일단 다 포함시키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능이 과도하게 많아지게 되면 사용은 복잡해지고 가격은 올라가 소비자가 외면하게 된다.

2003년 가을 출시된 캐논의 EOS 300D 카메라는 SLR(Single Lens Reflex : 일안반사식) 카메라 보급의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고화소 전문가용 제품에 대한 니즈는 존재하였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캐논 EOS 300D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기능은 대폭 줄이면서 SLR 카메라의 기본적인 장점은 살릴 수 있도록 설계하여 가격을 100만원대로 떨어뜨렸다. 그 결과 SLR 카메라를 처음 써보는 초보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SLR 카메라의 대중화를 선도할 수 있었다.

● 핵심 니즈와 사용 편리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심층적인 고객 분석을 통해 핵심 니즈를 파악했다면 이를 사용하기 편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 편리성은 기존 고객의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장점 이외에도 잠재적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고기능 제품의 주 수요 고객은 젊은 남성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복잡한 기능의 제품을 사용하는데 젊은 남성이 보다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이나 노년층이 고기능에 대한 수요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이들 역시 고기능에 대한 니즈는 잠재되어 있으나 사용법이 어려워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히트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핵심 니즈는 충족시키되 사용 편리성을 최대한 높임으로써 잠재 고객의 수요를 촉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2005년 게임 산업의 최대 히트 상품을 꼽으라면 누구나 카트라이더를 꼽을 것이다. 2004년 8월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카트라이더는 서비스 개시 8개월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수립하였다. 이 게임의 최대 장점은 사용 편리성에 있다. 기존 레이싱 게임들은 실제 자동차 경주와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는 것이 통념이었기 때문에 게임 조작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카트라이더는 이런 통념을 깨고 시프트(Shiht), 컨트롤(Ctrl), 화살표 키 만으로 방향과 속도 조절이 가능하게 하였다. 한 게임에 걸리는 시간도 채 5분을 넘기지 않는다.

이렇게 카트라이더는 승부욕이라는 레이싱 게임의 본질은 살리되 나머지는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함으로써 대중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다. 실제로 카트라이더 회원 구성을 보면 여성이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온라인 게임에선 여성의 비율이 대개 20% 미만이다. “단순함”이 게임계의 마이너 계층이라 할 수 있는 여성 층을 끌어 모은 것이다.

● 5개의 귤을 던지면 1개도 받지 못한다

현대 고객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소비 심리학의 권위자인 데이비드가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접하는 광고 메시지는 하루 2,500여 개이고, 시청자의 9%만이 방금 TV에서 본 브랜드를 기억한다고 한다.

이렇게 무뎌진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의 다양한 장점을 커뮤니케이션해도 고객이 기억할 가능성은 적어진다. 오히려 정보 자체를 회피하려는 정보 피로도만 증가한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광고 메시지 역시 심플해져야 한다. 심플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함으로써 브랜드 혹은 제품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고객의 관심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유명 광고회사인 리앤디디비(Lee&DDB)의 이용찬 대표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수 년 전 모 이동통신 회사의 광고를 시연하고 있을 때였다. 그 때 한 임원이 이런 이런 내용은 꼭 추가되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탁자 위의 귤을 5~6개 집어 들어 받아보라며 그 임원에게 던졌다. 물론 당황한 임원은 한 개도 받지 못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보십시오. 고객에게 너무 많은 메시지(귤)을 전달하려고 하면 이처럼 하나도 기억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광고 캠페인 중 하나로 앱솔루트 보드카의 광고를 꼽는다. 앱솔루트는 병모양을 주제로 한 비주얼과 ‘앱솔루트 스타’, ‘앱솔루트 조이’ 등 두 단어로 이루어진 심플한 카피로 일관성을 유지하였다. 전체적인 컨셉은 10년 이상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새로운 광고를 출시할 때 마다 약간의 변화를 통해 새로움을 담아낸 것이다. 이런 광고 캠페인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 수입 첫해 5천 상자를 밑돌던 판매량이 1994년에는 300만 상자까지 팔려 나갔다.


고객 트렌드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안목이 중요

1년 여전, 휴대폰 업계에 화소 싸움이 일어난 적이 있다. 업체들은 수개월마다 백만 화소씩 업그레이드 된 휴대폰을 시장에 내놓으며 자사 기술력을 과시하였다. 그러나 생각만큼 그 파급효과가 크지는 않았다. 비싼 가격도 문제였지만, 너무 빨리 고기능 제품을 출시하려다 보니 디자인 측면에서 심플함이 떨어진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 그리고 요사이 휴대폰 시장은 슬림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심플함’과 ‘심플하지 않음’을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경계는 없다. 앞으로 컨버전스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고객은 지금보다 부피는 커지더라도 기능이 추가된 제품을 선호하는 순간이 올지 모른다. 결국 디자인과 기능의 총 효용을 통해 고객이 평가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보다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부 자원은 고객 트렌드 모니터링에 상시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고객을 선도하는 것은 기술을 선도하는 것보다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성과의 과실은 결국 고객의 마음을 읽는 기업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능력이 없으니, 자신이 없고,

자신이 없으니, 취사선택을 못하고,

취사선택을 못하니, 덕지덕지 기능을 추가하는데에만 익숙한 분들께서

꼭 읽어야 할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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